권력코드로서의 음식

고대부터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1차적 욕구인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생존의 전쟁이었다.

채집, 수렵경제에서 벗어나 정착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배고픔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이젠 경제적 생산물을 독점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생산물을 독점한 사람들은 음식물을 분배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을 지배하게 된다.

한국은 고대부터 농경을 통하여 삶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토지는 생존과 직결된다.

삼국시대부터 계급에 따라 식생활이 계층화되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서면 토지 소유는 부를 축적하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토지는 왕실이나 양반, 관리 등과 같은 소수의 거대 토지 소유자들에게 편재되어 감으로써 토지소유에서 배제된 농민 대부분은 소작농으로 전락하였다.

이들 가난한 농민들은 경제력을 갖추고 있던 양반이나 중인들이 풍요로운 식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식량조차 부족한 상황에 처했다.

놀보는 부모의 분재전답을 저 혼자 차지하여 부자로 살아간다.

조선 후기는 이앙법의 보급으로 벼나 보리의 이모작이 일반화되어 쌀, 보리, 조 같은 주곡의 생산량이 현저히 증가됨으로써 부의 축적이 증가되고 잉여농작물의 상품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토지 소유는 식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작물을 재배하고 유통시킴으로써 부의 축적으로 연결되었다.

위 인용문에서 보듯이 놀보는 주곡뿐만 아니라 참외, 담배, 울콩, 물콩, 청태콩, 돔부, 녹두,참깨, 들깨, 피마자 등과 같은 상업적인 작물을 심어 토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놀보는 엄청난 재산을 축적할 수 있게 되고,그의 집에는 노적가리가 태산같이 쌓여 있고, 대청 뒤주에는 쌀이 가득했다.

약(藥)으로서의 음식

한국의 전통문화는 자연과 가까이 있고, 자연을 받아들여 바탕에 깔아놓은 것에 특징이 있다.

우리의 전통음식도 자연의 생명력이 스며든 소박한 아름다움이 음식에 들어 있다.

이 소박함은 거부감이 없는 색깔과 맛으로 표현된다.

우리에게 보약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자연을 담은 음식을 먹으면 보약이 된다.

예로부터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표현으로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뜻한다.

「토끼전」의 한 장면으로 용왕이 큰 잔치를 치른 후 병이나 백약으로 구원하여도 무효하여 토끼 간을 처방받는 대목이다.

“복장이 절이기는 음양으로 난 병이니~”에서 용왕의 병이 음양의 부조화로 난 병임을 알 수 있다.

즉 용왕은 주색에 빠져 병을 얻었기에 양기가 넘치는 상태다.

왜냐하면 술은 음양의 원리상 화(火)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이므로, 술병에 걸린 용왕은 양기가 지나쳐서 생긴 것이다.

술로 정신도 흐려지고 눈이 나빠진 용왕이 간경이 좋은 토끼 간을 먹으면 병환이 즉시 낫고 장생불로하리라는 것이다.

토끼는 간 기능이 좋아, 눈이 밝기 때문이란 것이다

푸른 씀바귀와 냉이, 향기로운 쑥 등 이른 봄에 새로 돋은 나물을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한민족은 계절따라 따사로운 언덕에서 향기로운 시절 음식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운치 있는 일이고, 삶을 여유 있게 즐기는 방법이라 생각하였다.

제철에 나는 신선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야말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근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위 작품에 표현된 쑥[艾]은 냉증과 부인병 등에 효과적이어서 식재료뿐만 아니라 약초로서 말려 준비해 두고 사용했다 한다.

이처럼 식품으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는 우리 민족의 약식동원사상을 읽을 수 있다.

기원(祈願)과 소망의 음식

한국 음식문화에는 기원과 소망하는 행위에서 음식을 반드시 차린다.

현대 사회까지도 남아 있는 대표적인 것이 죽은 이에 대한 제사 행위다.

제사를 통해 양신은 음성의 음식을 잡수시고, 음신은 양성의 음식을 잡수시게 됨으로써 양신과 음신은 합체된다.

이에 자손들에게 복을 내려주는 존재가 될 뿐만 아니라, 제사음식은 제례를 거치면서 신이 잡수시고 남긴 신성한 음식으로 바뀐다.

제사를 행하고 난 이후의 음식은 음복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신의 축복이 전달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이때, 한 항아리의 술을 신과 가족 모두가 함께 나누어 마시는 것은 가족의 결속을 다지는 행위였다.

또한, 주영하(2005)에서 재물은 원래 신령을 기쁘게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신령에게 바쳐진 후 다시 사람들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신령과 인간이 교감을 이루는 데 쓰인다고 하였다.

즉 제물은 관념의 세계와 실제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물이라 하였다.

판소리 소설 곳곳에서 신에게 축복을 비는 행위가 묘사되는데, 그곳에는 언제나 정성 들인 음식이 놓이고, 때로는 이른 새벽에 우물에서 길어온 깨끗한 정화수로 소원 비는 사람의 정성을 담아놓는다.

「심청전」에서 심청 어미가 해산할때 심 봉사는 세 사발 정화수로 삼신상을 차려 순산을 비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물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며, 농업을 주로 해온 우리 전통사회에서 물은 곡물이 익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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